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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ASSOCIATION FOR CREATION RESEARCH

창조설계

지적설계운동의 역사

지적설계운동의 역사

김영식 


편집자 주 : 지적설계이론은 학문(과학)의 영역 안에서 '설계'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추어 창조를 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자 하는 이론입니다. 기존의 창조과학과는 다소 다른 입장들이 섞여 있는 것이 사실이나 현재 미국에서 진화론의 모순점들을 개혁하고자 하는 운동의 일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에 본지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적설계(Intelligent Design)라는 말은 새로운 말이 아니다. 그러나 보통 많은 사람들은 지적설계라는 말을 들으면 신학자인 윌리엄 팔레이(William Paley)의 『자연신학(Natural Theology)』에 나오는 시계공 논증을 떠올리곤 한다. 또는 창조과학회에서 발행한 『신비한 생물 창조 섭리』나 『신비한 인체 창조 섭리』와 같은 책에 나온 이야기들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말하고자 하는 지적설계운동은 그와 같은 기존의 이야기들과는 다른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지적설계운동은 최근 10년 동안 미국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창조론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지적설계운동을 이끌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인 윌리엄 뎀스키(William Dembski)는 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지적설계운동은 지적인 원인들의 영향을 연구하는 과학의 연구 프로그램이고, 다윈주의와 다윈주의의 자연주의적 유산에 대해 도전하는 지적인 운동이며,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여기서는 이러한 지적설계운동이 어떤 특징과 장점을 갖고 있으며 또한 그 단점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지적설계운동이 지금까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전체적인 윤곽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적설계운동의 효시는 1991년에 출판된 필립 존슨(Phillip E. Johnson)의 『심판대 위의 다윈(Darwin on Trial)』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존슨은 다윈주의가 자연주의라는 철학과 얼마나 절망적으로 얽혀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물론 다윈주의가 자연주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존슨이 처음 지적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저명한 법학자였던 존슨의 책은 수없이 많이 팔렸고,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존슨이 제기한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다.

여기서 잠시 지적설계운동의 핵심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필립 존슨에 대해서 소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존슨은 UC 버클리에서 30여 년간 법학을 가르쳐왔고, 미국 대법원장 얼 워렌(Earl Warren)의 법률 고문이었으며, 형법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여러 교과서를 저술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80년대에 안식년을 맞이하여 영국으로 떠나게 되었고, 그 기간 동안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눈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을 비롯하여 진화론에 대해서 소개하는 책들을 여러 권 접하게 되었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존슨은 다윈 이후 150년 이상 지속되어 온 '창조-진화' 논쟁의 본질이 과학적인 증거로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무신론 대 유신론이라는 두 개의 상충되는 세계관 사이의 대결이라고 결론내리게 되었다. 더 나아가 두 개의 상충되는 세계관들이 서로 동등한 입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학문, 공공 교육, 대중매체 등에서 무신론적인 세계관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유신론적 세계관을 억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자연주의의 부당한 우세에 도전장을 내밀게 된다. 존슨의 전공이 법학이었기 때문에, 그것도 그가 누구 못지 않게 뛰어난 법학자였기 때문에, 쟁점이 되는 문제들 사이의 핵심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런 상황하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구체화시킬 수 있었다.

학문과 문화에서의 자연주의의 독점을 해체시킨다는 것으로 목표가 분명해진 이후 그는 『균형잡힌 이성(Reason in the Balance)』(1995), 『다윈주의 허물기(Defeating Darwinism)』(1997) 등의 책을 지속적으로 출판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윈주의, 더 나아가 자연주의의 독점을 허무는 일에 동참하도록 독려하는 일을 해 왔다.

존슨의 첫 번째 책이 출판된 이후 1992년에는 미국의 남감리교 대학(Southen Mothodist University)에서 '다윈주의 : 과학인가, 철학인가?'라는 주제의 컨퍼런스가 열리게 된다. 이 컨퍼런스에서 존슨은 오늘날 지적설계운동의 핵심 인물로서 활동하고 있는 마이클 베히(Michael Behe), 윌리엄 뎀스키(William Dembski), 스티븐 메이어(Stephen Meyer)와 같은 사람들과 본격적으로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된다. 이 컨퍼런스에는 마이클 루즈(Michael Ruse)와 같은 유명한 진화론자들도 초청되었는데, 마이클 루즈는 바로 1980년대에 미국에서 창조과학을 진화과학과 동등하게 취급하도록 한 아칸소 주의 법령에 대한 위헌 소송에 진화론 측 증인으로 나와 창조과학 측이 패소하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당사자였다. 그런데 루즈는 이 컨퍼런스를 통해서 존슨들의 주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설득당하게 되었고, 이후 1993년에 열린 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AAAS)의 정기 모임에 참석했을 때는, 자신이 전과 같은 진화론자임에는 틀림없지만, 진화론이 과학으로는 증명할 수 없는 철학적인 가정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1993년에는 딘 케년(Dean Kenyon)과 퍼시벌 데이비스(Percival Davis)가 『Of Pandas and People』이라는 책을 출판하게 된다. 이 책은 고등학교 생물학 교과서로 쓰인 책으로서 생물학에서 설계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1994년에는 존 모렐란드(J. P. Moreland)가 『Creation Hypothesis』에서 설계를 진화론에 대한 이론적인 대안으로서 제시하기도 하였다.

1996년에는 지적설계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전기가 된 큰 사건들이 두 가지가 일어난다. 첫 번째 사건은 Mere Creation이라는 컨퍼런스이다. 이 컨퍼런스의 이름은 C. S. 루이스의 『Mere Christianity』라는 에큐메니칼적인 성격을 가진 책의 제목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창조론을 지지하든 상관없이 순수하게 '창조'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연합시키고자 하는 지적설계운동의 주된 특징이 이 컨퍼런스의 제목에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무신론이 압도적인 우세에 있는 상황 속에서는 창조에 대해서 동의하는 사람들이 연합할 필요가 있고, 창조론자들을 연합시킬 수 있는 공통분모로서, '순수한 창조 그 자체(mere creation)'인 지적설계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컨퍼런스에서는 지적설계에 관심이 있는 200여명의 과학자, 철학자, 그리고 일반인들이 모였는데, 컨퍼런스 결과 지적설계라는 창조론 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윤곽이 확실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이 컨퍼런스에서 철학 박사이자 수학 박사인 윌리엄 뎀스키는 스티븐 메이어, 폴 넬슨 등과 함께 '설명을 찾아 내는 여과기'(explanatory filter)라는 개념을 사용해서 지적설계를 과학의 연구 프로그램으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1996년에 일어난 두 번째 중요한 사건은 미국 리하이(Lehigh) 대학의 생화학 교수인 마이클 베히 박사가 『다윈의 블랙 박스(Darwin's Black Box)』를 출판한 것이다. 이 책에서 베히는 생화학 시스템 중에는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irreducible complexity)의 성질을 갖고 있는 시스템들이 많이 있고, 이런 시스템들은 설계에 대한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설계를 접목시킨 생물학 연구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다. 베히의 책은 ScienceNature 뿐만 아니라 New York TimesWall Street Journal에 이르기까지 여러 유명한 저널에서 비평되었고, Christianity Today에서는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 후 1998년에는 윌리엄 뎀스키가 『The Design Inference』에서, 어떤 것이 과학적 연구 활동에 적합한 '설계'의 개념인지를 구체적으로 한정하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베히의 책을 통해서 설계라는 개념이 사용되었을 때에는, 사람들은 아무리 베히의 말이 옳다고 하더라도 설계를 생물학에서 사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뎀스키에 의해 과학에서 사용될 수 있는 설계의 개념이 무엇인지가 분명해지면서, 단순히 설계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를 반대하던 사람들의 비판들을 일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1999년에 뎀스키는 설계에 대해 비교적 대중적으로 설명하는 책인 『Intelligent Design』(IVP)을 출판하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그 동안 진행되어 온 지적 설계 운동의 구체적인 모습이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현재까지 진행된 지적 설계 운동의 간략한 역사이다.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지적 설계 운동은 그 역사가 아직 10년밖에 안 되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본격적으로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1996년 이후부터이므로 실제적인 역사는 5년밖에 안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역사가 매우 짧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지적 설계 운동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기회가 되는 대로 지적 설계 운동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소개할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지적 설계 운동에 대해서 관심 있게 다루고 있는 곳은, 과기원 창조론 연구회(RACS), 서울대학교 창조과학 연구회(SCR), 그리고 창조과학회 산하 청년 모임인 NOAH가 있다. 이들 모임의 홈페이지에는 지적설계 운동에 대한 여러 가지 글들이 올라와 있으며, 이들 세 모임이 모여서 지적설계 운동의 주요 저서 중 하나인 『다윈의 블랙 박스』를 번역하고 있고, 이를 올해 안에 출판할 예정으로 있다. 그리고 역시 올해 안으로 앞서 소개한 필립 존슨의 주요 저서들인 『균형 잡힌 이성』, 『다윈주의 허물기』가 IVP에서 출판될 예정이다.


출처 - 창조지, 제 1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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