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환경문제 진단과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교회의 역할 2
김정욱
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III. 국책사업들과 환경문제
1. 발전소 건설사업
우리나라의 중장기 전력수급계획에 현재 19기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앞으로 2020년까지는 14기 더 건설할 예정으로 있다. 원자력 발전소 외에도 영흥도에 세계최대의 석탄발전소 단지를 계획하고 있고, 이들 발전소와 아울러 전국 곳곳에는 고압송전탑이 세워지고 고압송전선 깔리고 있다. 이들 발전소가 건설되면 2020년까지는 전기 생산이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비는 1기당 3조원 이상이 들기 때문에 이들 발전소를 짓는 데는 총 40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보다 소득이 훨씬 높으면서도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은 적은 선진국들이 모두 앞 다투어 에너지 사용량을 지금보다도 더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에너지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이런 에너지 과소비를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해 나가서는 나라의 앞날이 크게 우려된다. 덴마크는 1970년대에 석유파동이 일어난 이후 줄곧 에너지 효율개선과 절약정책을 편 결과 지난 30년간 큰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사용량이 하나도 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재생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의 12%를 점한다. 그리고 앞으로 2020년까지는 에너지 사용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고 에너지의 전량을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18). 일본도 1970년대에 산업구조조정을 하면서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쓰도록 개조하면서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하고 또 동시에 경제가 크게 일어서고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 1970년대에는 일본도 큰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사용이 늘지 않았다. 결과로 일본은 지금도 선진국 중에서도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에너지를 거의 전량 수입하는 나라가 에너지 효율은 OECD에서 가장 낮고 국산인 재생 에너지 사용율은 0.2% 밖에 안 되고 그러면서도 에너지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이는 방법만 찾고 있으니 나라의 앞날이 심히 걱정된다. 한전이 발전소 짓느라고 진 외채가 300억 달러에 이르는데, 1997년에 외환위기를 맞게 된 데 대해서는 바로 한전도 크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때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IMF에서 빌린 돈이 600억 달러가 되지 않는다. 우리도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데 투자를 하고 노력을 하면 이룰 수 있다. 조명기구, 산업체의 전동기, 건물의 냉난방 등 가정, 산업, 상업, 교통 등의 부문에 현재 상업화가 되어 실용화되고 있는 에너지 절약 기술만을 도입하더라도 2020년까지는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수요의 29%를 절약할 수가 있다 19). 이 에너지를 절약하면 50조원이 드는 17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지을 필요가 없게 된다. 이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는데 드는 투자비는 연간 5조원 정도인데, 이 투자비는 에너지 절감으로 인하여 5년 안에 회수가 된다.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낭비하는 나라가 미국인데,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발표한 담화문에 의하면, 앞으로 건물의 냉난방에 쓰이는 에너지를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고 교통 에너지는 1/3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미국의 목표라고 하였다. 이 담화는 백악관을 친환경적으로 리모델링 한 후에 백악관의 에너지 사용이 절반으로 줄은 것을 확인한 후에 발표한 것이다.
지금과 같이 대형 발전소를 국토 끝에다 짓고 큰 소비처는 또 다른 국토 끝에다가 만들어 전기를 보내면 에너지 손실이 대단히 크다. 송전손실까지 보태면 에너지 효율을 29%까지 올린 예가 없다. 그러나 에너지를 필요한 곳에서 만들어 쓰면 그 효율을 70% 이상으로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20). 재생 에너지는 그 생산 밀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멀리다 큰 공장을 지어 멀리 대량 수송을 하기가 어렵다. 필요한 곳에다 만들어 써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효율을 올리고 에너지원을 다양화하여 서로 보완할 수 있도록 분산형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에 가깝다.
2. 경부고속철도
경부고속철도는 서울과 부산을 두 시간에 잇기 위한 사업이다. 하루 30만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기 위해서 현재 1시간에 한 대 정도 다니는 열차를 앞으로는 지하철 타듯이 5분에 한 대씩 다니게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이 고속철도의 승객은 7만 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승객 30만 명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속 350 km로 기차가 달리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고속철도를 위해서 원자력 발전소를 하나 더 가동해야 할 것이다. 서울에서 서울까지 두 시간 걸리고 부산에서 부산까지 두 시간 걸리는 나라에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두 시간에 가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리고는 고속철도를 만들고는 중소도시의 교통이 오히려 대단히 불편해졌다. 그래서 국토의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사업비도 애초에 5조원이라고 했지만 실제는 20조원도 훨씬 더 든 사업이다. 건설되고 난 후에는 운영하는 데에도 큰 재정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런 고속철도를 가진 나라는 세계에서 일본, 스페인, 프랑스, 독일 정도인데 서울-부산 정도의 거리이면 편도 요금이 10~15만원에 이른다. 우리가 이들 나라보다 건설비가 결코 싸지 않았다. 현재 경부간 편도요금을 4만원 정도로 받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부족분은 정부에서 보조를 해 주어야 한다. 그 많은 승객에게 정부가 이런 보조를 해주려면 얼마나 많은 예산이 여기에 들어가야 할 것인가?
그것보다는 서울-인천, 서울-수원, 부산-울산, 부산-마산 간에 급행전철을 놓는 것이 훨씬 더 급하고 유용하다. 서울-부산, 서울-광주 간에는 복복선 철도를 놓아서 지금보다 기차가 좀더 자주만 다니게 해주면 된다. 그것은 고속철도에 비하면 돈도 얼마 들지 않고도 교통문제를 훨씬 더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대기오염을 개선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3. 인천국제공항
인천 국제공항은 동아시아의 중심공항으로 연간 1억 명을 수송할 수 있는 공항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 규모는 현재 세계 최대 공항인 시카고의 O'Hare 공항보다 두 배나 크다. 원래 계획을 하면서 정부에서 홍보하기로는 인천에서 미국이나 유럽을 2-3 시간에 나를 수 있는 극초음속 초점보기를 위한 공항이라고 국민에게 홍보를 했으나 실제는 그런 공항이 아니다. 지금 항공 교통의 추세는 대륙의 중심공항에서 갈아타는 것이 아니라 출발지와 목적지 공항간을 직접 연결하는 것이다. 인천 국제공항은 대륙의 중심공항이기 이전에 먼저 우리나라의 중심공항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영종도는 우리나라의 중심공항이 되기에 부적합한 지역이다. 아무것도 없는 국토의 서북쪽 끝에다가 세계에서 제일 큰 공항을 만들어서 도로며 철도며 전기며 물이며 모든 부대시설들을 완전히 새로 건설해서 공급하고 그 많은 승객들을 오가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원과 에너지의 낭비가 따른다. 이것이 바로 우리 국토를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원은 이 인천국제공항이 2032년까지도 적자를 면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21).
국제공항은 첨단산업의 발달에 필수 조건이다. 따라서 공항을 제대로 이용할 수가 없는 대전, 청주, 광주, 대구 같은 곳에는 정부가 계획한대로 첨단산업을 발달시키지를 못하고 있고, 인천 공항 인근에 이들의 입지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토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지를 못하고 수도권 집중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김포공항을 확장하고, 이미 국제공항으로 착공했다가 축소한 청주공항을 다시 확장하여 두 공항을 보완적으로 사용하면 훨씬 경제적이고 환경피해도 적다. 충청권으로 행정수도가 이전되면 어차피 그 지역에도 공항이 필요하기 때문에 청주공항을 쓸 수 있도록 하면 경제적이다. 아니면 지금 공군 비행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오산이나 수원의 공군기지를 국제공항으로 활용하든지, 아니면 오산이나 수원의 공군기지 인근에 공항을 만들었다가 통일 후에 공군기지를 흡수하는 방안 등을 고려했더라도 기존의 시설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건설비도 영종도공항의 1/5 내지 1/10 미만으로도 충분하고 환경피해도 훨씬 적다.
4. 고속도로 건설사업
정부는 또 자동차로 전 국토를 반나절에 갈 수 있도록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그래서 국토를 남북으로 달리는 고속도로를 7개, 동서로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9개, 소위 ‘7x9’ 고속도로망을 건설하고 있다. 그리고 각 도시에서 이들 고속도로로 연결하는 도로가 곳곳에 뚫리고 있다. 이렇게 도로가 많이 건설되는 탓에 우리나라의 자동차 대당 주행거리가 선진국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이런 교통정책이 결국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고 환경오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정부의 교통정책은 자체적으로 모순에 빠져 있다. 공항은 마치 국민들이 모두 비행기를 탈 듯이 계획하고 있고, 철도는 철도대로 또 국민들이 모두 철도를 탈 듯이 기대하고 있고, 고속도로를 계획할 때에는 또 모두가 자동차를 탈 것으로 보고 계획을 한다. 교통은 많이 다니지 않고도 해결되도록 국토를 계획해야 교통이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통계획은 쓸데없이 많이 다니도록 유도하고 있어서 이것이 바로 국토를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도로는 아무리 많이 뚫어도 도로가 막힐 때까지 차를 몰고 가기 때문에 자동차 도로로서는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좋은 도로가 뚫리면 사람들은 그것을 믿고 더 멀리 가서 살려고 한다. 도시내 교통혼잡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도로를 더 뚫는 것이 아니고 주차장을 줄이고 주차비를 올리는 것이다. 많은 연구결과들이 이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다 22). 교통은 공급을 잘 해주는 것이 잘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 적게 다니고도 해결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통문제를 가장 잘 푸는 방법이다. 도시간은 철도, 도시 내에서는 도보, 자전거, 발자동차, 에너지 절약형 소형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확실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바로 대기오염을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고속도로로 전국을 뚫기보다는 철도망을 깔아야 한다. 백만명을 1 km 수송하는데 승용차는 30.8 TOE(석유환산톤)가 들지만 전기철도는 3.5 TOE 밖에 들지 않아 철도를 이용하면 에너지 사용량을 1/9로 줄일 수가 있다.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들의 장래 교통계획도 바로 이렇다.
5. 간척사업
시화나 새만금 같은 간척사업들은 우리나라에서 필요하다기보다는 수자원공사나 농어촌진흥공사 같은 회사가 있기 때문에 진행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 서해안에 물을 1년이고 2년이고 담아 둘 수 있는 담수호를 만든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 말이 있듯이 어지간히 깨끗해 보이는 물이라도 일단 담아 두면 쉬 썩게 마련이다. 시화호나 새만금호는 유입수를 아무리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깨끗하게 처리한다 할지라도 이들 유역의 여건상 담수호 물은 썩을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그런 물을 이용해서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쓰겠다는 것도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새만금사업 공동조사단의 보고서에 의하면, 새만금호는 그대로 막으면 시화호보다도 수질이 더 나빠지고, 1조원 가까운 예산을 써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책을 세우고도 우리나라의 어떤 담수호보다도 수질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특히 만경강 유입의 만경호 수질은 시화호의 수질과 거의 유사할 것으로 예측되어 있다 23).
갯벌을 간척하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경제적으로 손실이 된다는 주장은 벌써부터 있어 왔다. 간척해서 비료 주고 농약 뿌리고 씨 뿌리고 밭 갈고 해서 열심히 농사짓는 것보다는 갯벌을 그대로 두고 저절로 나는 것을 잡기만 하면 되는 수산업이 훨씬 더 쉽고 소득도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새만금공동조사단 보고서에 의하면, 새만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은 소득은 연간 505억원이나 이 갯벌을 농지로 조성할 때 얻을 수 있는 소득은 연간 49억원이라고 되어 있다 24). 우리나라 서해의 물고기는 90 % 이상이 갯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25). 그리고 밀물 때 잠기고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을 없애고서는 아무리 많은 하수처리장을 지어 봤자 헛일이라는 것도 잘 알려지고 있다. 새만금 갯벌 2만 ha가 하루에 10만톤을 처리하는 하수처리장 40개의 기능을 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26). 간척을 하고 난 뒤에 바닷물 흐름의 변화로 인하여 일어나는 해안선의 변화도 큰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해수욕장들이 지금 모래가 사라지고 있고 특히 서해안 지역에서는 뻘까지 퇴적하여 해수욕장으로서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그밖에도 해일을 막아 준다든지, 해안의 침식을 방지한다든지, 기타 심미적, 생태학적인 여러 기능들을 생각할 때에 간척은 함부로 할 일이 아니다.
간척은 우리 국토를 규모 있고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간척공사 그 자체로 생존하는 회사들의 이익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믿고 있다. 새만금 사업은 식량안보를 위한다며 근 20년에 걸쳐 6조원의 예산을 들여 28,000 ha의 농지(순수 논 18,000 ha)를 조성한다는 사업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매년 30,000 ha 의 농지를 다른 용도로 전용하고 있다. 그리고 새만금 사업 강행을 발표하고는 이후에 곧 쌀이 남아돈다고 발표하였고 이어 과잉생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3만 ha의 농지를 유휴농지로 돌리겠다고 발표하였다. 지금 논이 평당 3-4 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새만금 농지는 평당 조성비가 7만원에 이르러 그 경제성은 계산해보나 마나이다. 그리고 이를 추진하기를 원하는 전라북도의 도민들은 정부가 거듭거듭 농지로 조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해도 이를 믿지 않고 복합산업단지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이 간척지를 복합산업단지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총공사비가 27조원에 이른다. 이 산업단지의 평당 조성비는 96만원에 이른다. 이래서는 산업단지로서도 타당성이 없다. 지금 그 보다 훨씬 싼 단가로 산업단지로 조성해 둔 곳도 입주업체가 없어서 쉬는 공단이 많이 있다. 갯벌은 그냥 가만히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
6. 다목적댐 건설사업
1996년에 건교부에서 만든 수자원 장기 종합계획(1997-2011)에 의하면 당시 10개의 다목적댐에서 우리나라 전체 물 사용량인 연간 300억 톤의 약 31%에 해당하는 93억 톤의 물을 공급하고 있는데, 앞으로 2011년까지는 20개의 다목적댐을 더 건설하여 65억 톤의 물을 더 공급하겠다고 하였다. 이 계획의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물수요량이 현재 연간 300억 톤에서 2011년에 367억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하천으로부터 공급할 수 있는 양이 200억 톤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늘어난 수요를 채우기 위하여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27). 이것이 2001년에 세워진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의하면, 물 수요가 2011년에 374억 톤, 2020년에는 381억 톤으로 되어 있어서 지난번 계획과 거의 유사하다 28).
이는 2011년까지 국민 한 사람이 생활용수로 하루에 500 리터, 공업용수로 260 리터를 사용하여 총 760 리터를 쓸 것이라는 계산 하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세계에 이렇게 물을 많이 쓰는 나라는 없다. 미국이 하루에 625리터를 쓸 뿐 독일은 공업용수까지 보태서 200리터, 이스라엘은 여기에다 농업용수까지 합하여 170 리터를 쓸 뿐이다.
건교부는 재작년에 홍수 피해가 나자 곧 댐을 여러 개 더 지어 홍수를 막겠다고 발표를 했는데, 댐이 부족해서 홍수피해가 난 곳은 한 곳도 없다. 둑을 보수를 안 해서 터졌다든가, 펌프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든가, 산을 함부로 훼손하여 산사태가 났다든가, 하천을 침범하여 물이 제대로 못 흐르도록 만들었다든가 다 이런 이유에서였다. 지난 몇 십년간 정부에서는 홍수대책을 위해서 댐을 만든다고 수십조 원을 썼으나 홍수피해는 더 커졌다. 그 동안 홍수를 부추기는 공사를 더 열심히 추진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비가 집중되기 때문에 대형 댐을 만드는 등의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계속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보다 위도가 아래인 나라들은 여름, 혹은 우기에 비가 우리보다 더 많이 온다. 그들이 모두가 다 큰 댐을 가지고 홍수와 가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도 여름에는 우리보다 더 큰비가 온다 그러나 우리처럼 큰 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 소규모들이다.
큰 댐은 작은 홍수나 작은 가뭄은 잘 관리한다. 그러나 잘못되면 큰 재난의 원인이 된다. 유사시에 이런 큰 댐들이 붕괴되거나 폭파되는 때에는 큰 재난을 불러온다. 큰 댐을 짓는데 돈을 쓰기보다는 물을 절약하는 데에 투자를 하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리고 큰 댐들은 수질관리가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큰 댐을 만들어 부영양화가 일어나지 않는 호수가 없다. 그리고 생태계와 기후의 교란이며 이런 등의 이유로 대형댐은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이 아니다. 물의 수요를 줄이고 유역의 물순환을 잘 관리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방법이다. 동강댐을 지어서 얻겠다는 물은 우리나라 1,000만 가정에 절수용변기 한 대씩만 설치하면 그 물을 얻을 수가 있다. 동강댐을 짓는데 드는 예산이 1조원이라고 했는데(정부에서 1조원이라고 하면 적어도 3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것이 우리나라의 관례다), 절수용변기 1,000만 대를 다는 것은 1,000억이면 충분하다. 댐을 짓는 것은 아주 쉽다. 국민들은 모두 가만히 있고 수자원공사 혼자서만 열심히 일하면 된다. 그래서 외자를 빌려서 댐을 짓고 물 값을 받아서 운영하면 된다. 그러나 상수관 물이 안 새도록 막고, 우수 유수지에 받아놓은 빗물을 이용하도록 하고, 중수도 시스템 만들고, 기업들은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하고, 절수용품 보급하고, 이런 일을 하자면 지방 공무원들, 지역 주민들, 지역의 중소기업들이 모두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적은 돈으로도 경제를 튼튼히 하고 환경을 깨끗이 하고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세계경제포럼에서 2002년에 세계 각국의 환경지속성지수를 발표를 했는데 우리나라는 142개국 중 136위를 했다. 그 이유는 인구 일인당, 국토 단위면적당 에너지와 자원 소모와 환경오염배출이 세계에서 가장 많았는데 반하여 환경개선의지는 가장 약했기 때문이다.
IV. 동북아 지역의 환경문제 진단
21세기에 우리나라가 겪게 될 환경문제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환경문제가 바로 우리나라의 환경문제로 직결된다. 동북아시아 지역은 현재 세계에서도 가장 경제밀도가 높은 곳 중의 하나이다. 이 지역에서는 대기오염물질의 월경이동, 해수의 오염, 기업의 이전과 이에 따르는 환경오염문제, 기타 이 지역의 활발한 경제성장과 관련된 각종 환경문제들이 지금 산적해 있다. 이 지역은 다음 세기에 이르러서 계속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이 되기 때문에 환경문제도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 지역에서는 서풍이 주풍이어서 중국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이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쉽게 이동된다. 예를 들면 황하 상류의 알라샨(Alashan) 사막이나 고비 사막 혹은 타클라마칸(Taklamakan) 사막에서 발원한 황사가 단지 3, 4일이면 우리나라와 일본에 도달한다 29). 최근에 이르러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어서 다음 세기이면 중국은 충분히 세계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엄청난 양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2,000 만 톤 정도의 아황산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0). 이 양은 우리나라 SO2 배출량의 약 15 배에 해당한다. 과거 우리나라가 그랬듯이 중국도 경제성장율과 비슷한 속도나 혹은 그것을 앞질러 오염배출량이 늘어난다면 이는 21세기에 이르러 동북아시아 지역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자국에서 생산하는 석탄에 의존하고 있는데 중국의 석탄은 열량은 낮고 각종 중금속을 비롯한 오염물질의 함량이 높아 선진국에서는 그대로는 쓸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1).
이 지역에 부는 바람의 특성을 분석해 볼 것 같으면 중국의 대기오염은 모든 계절을 통 털어서 주로 우리나라로 불어오게 되어 있다 32). 중국에서 발생한 아황산가스가 산성비나 혹은 먼지에 흡수되어 우리나라에 강하하는 양은 전체 발생량의 1-2% 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서 33)이는 우리나라의 대기오염과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해는 남북의 길이가 약 1,000 ㎞, 동서의 폭이 최대 700 ㎞, 면적이 약 400 ㎢, 평균수심이 약 44 m, 체적이 17.6 ㎦ 이다. 이 바다는 반폐쇄 해역으로서 표면수와 심층수가 해류에 의하여 활발하게 섞인다. 이와 같이 황해는 수심이 얕고 용적이 작은데다가 비교적 정체된 반폐쇄 해역이기 때문에 오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이 적다. 그런데 황해 연안 일대는 지금 우리나라와 중국이 앞 다투어 다음 세기를 대비하여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해양오염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황해에 오염을 배출하고 있는 주요 오염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수도권의 오염을 실어 나르는 한강을 꼽을 수 있고 중국에서는 엄청난 양의 토사와 다른 오염물질들을 실어 나르는 황하와 양자강과 그리고 연안에는 텐진(天津), 다렌(大蓮), 칭다오(靑島), 샹하이(上海) 등의 도시들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한강, 금강, 영산강을 통해 황해에 배출하는 BOD의 부하가 1년에 약 50만톤이다 34). 지금 중국에서는 재래식 변소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수세식 변소가 보급되고 하수도가 설치되면 분뇨와 각종 오수가 황해로 흘러들 것이다. 그 때 1인당 배출량이 우리나라에 접근해서 우리보다 약 30배 많은 인구로부터 약 30배 많은 오염물질을 황해에다 배출하게 된다고 가정하면 황해에 유입되는 BOD의 총량은 1년에 약 1500만 톤에 이른다. 이는 황해 물 1㎥ 에 매년 850g의 BOD를 부하시키는 셈이 된다. 물 1㎥ 에 매년 50g의 BOD를 부하시킨 시화호의 물이 어떻게 오염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 황하를 통하여 황해로 흘러드는 토사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황하 하구에는 이들 토사로 인하여 매년 거의 1 km 씩 바다가 메워지고 땅이 생겨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상과 같은 예측들은 환경정책상에 뚜렷한 어떤 방향과 목표가 있지 않으면 새 천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아니라 21세기에 당장 우리나라의 환경은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다음에 계속 됩니다)
출처 - 창조과학학술대회 논문집
우리나라의 환경문제 진단과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교회의 역할 2
김정욱
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III. 국책사업들과 환경문제
1. 발전소 건설사업
우리나라의 중장기 전력수급계획에 현재 19기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앞으로 2020년까지는 14기 더 건설할 예정으로 있다. 원자력 발전소 외에도 영흥도에 세계최대의 석탄발전소 단지를 계획하고 있고, 이들 발전소와 아울러 전국 곳곳에는 고압송전탑이 세워지고 고압송전선 깔리고 있다. 이들 발전소가 건설되면 2020년까지는 전기 생산이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비는 1기당 3조원 이상이 들기 때문에 이들 발전소를 짓는 데는 총 40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보다 소득이 훨씬 높으면서도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은 적은 선진국들이 모두 앞 다투어 에너지 사용량을 지금보다도 더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에너지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이런 에너지 과소비를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해 나가서는 나라의 앞날이 크게 우려된다. 덴마크는 1970년대에 석유파동이 일어난 이후 줄곧 에너지 효율개선과 절약정책을 편 결과 지난 30년간 큰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사용량이 하나도 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재생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의 12%를 점한다. 그리고 앞으로 2020년까지는 에너지 사용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고 에너지의 전량을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18). 일본도 1970년대에 산업구조조정을 하면서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쓰도록 개조하면서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하고 또 동시에 경제가 크게 일어서고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 1970년대에는 일본도 큰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사용이 늘지 않았다. 결과로 일본은 지금도 선진국 중에서도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에너지를 거의 전량 수입하는 나라가 에너지 효율은 OECD에서 가장 낮고 국산인 재생 에너지 사용율은 0.2% 밖에 안 되고 그러면서도 에너지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이는 방법만 찾고 있으니 나라의 앞날이 심히 걱정된다. 한전이 발전소 짓느라고 진 외채가 300억 달러에 이르는데, 1997년에 외환위기를 맞게 된 데 대해서는 바로 한전도 크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때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IMF에서 빌린 돈이 600억 달러가 되지 않는다. 우리도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데 투자를 하고 노력을 하면 이룰 수 있다. 조명기구, 산업체의 전동기, 건물의 냉난방 등 가정, 산업, 상업, 교통 등의 부문에 현재 상업화가 되어 실용화되고 있는 에너지 절약 기술만을 도입하더라도 2020년까지는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수요의 29%를 절약할 수가 있다 19). 이 에너지를 절약하면 50조원이 드는 17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지을 필요가 없게 된다. 이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는데 드는 투자비는 연간 5조원 정도인데, 이 투자비는 에너지 절감으로 인하여 5년 안에 회수가 된다.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낭비하는 나라가 미국인데,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발표한 담화문에 의하면, 앞으로 건물의 냉난방에 쓰이는 에너지를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고 교통 에너지는 1/3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미국의 목표라고 하였다. 이 담화는 백악관을 친환경적으로 리모델링 한 후에 백악관의 에너지 사용이 절반으로 줄은 것을 확인한 후에 발표한 것이다.
지금과 같이 대형 발전소를 국토 끝에다 짓고 큰 소비처는 또 다른 국토 끝에다가 만들어 전기를 보내면 에너지 손실이 대단히 크다. 송전손실까지 보태면 에너지 효율을 29%까지 올린 예가 없다. 그러나 에너지를 필요한 곳에서 만들어 쓰면 그 효율을 70% 이상으로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20). 재생 에너지는 그 생산 밀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멀리다 큰 공장을 지어 멀리 대량 수송을 하기가 어렵다. 필요한 곳에다 만들어 써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효율을 올리고 에너지원을 다양화하여 서로 보완할 수 있도록 분산형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에 가깝다.
2. 경부고속철도
경부고속철도는 서울과 부산을 두 시간에 잇기 위한 사업이다. 하루 30만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기 위해서 현재 1시간에 한 대 정도 다니는 열차를 앞으로는 지하철 타듯이 5분에 한 대씩 다니게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이 고속철도의 승객은 7만 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승객 30만 명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속 350 km로 기차가 달리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고속철도를 위해서 원자력 발전소를 하나 더 가동해야 할 것이다. 서울에서 서울까지 두 시간 걸리고 부산에서 부산까지 두 시간 걸리는 나라에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두 시간에 가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리고는 고속철도를 만들고는 중소도시의 교통이 오히려 대단히 불편해졌다. 그래서 국토의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사업비도 애초에 5조원이라고 했지만 실제는 20조원도 훨씬 더 든 사업이다. 건설되고 난 후에는 운영하는 데에도 큰 재정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런 고속철도를 가진 나라는 세계에서 일본, 스페인, 프랑스, 독일 정도인데 서울-부산 정도의 거리이면 편도 요금이 10~15만원에 이른다. 우리가 이들 나라보다 건설비가 결코 싸지 않았다. 현재 경부간 편도요금을 4만원 정도로 받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부족분은 정부에서 보조를 해 주어야 한다. 그 많은 승객에게 정부가 이런 보조를 해주려면 얼마나 많은 예산이 여기에 들어가야 할 것인가?
그것보다는 서울-인천, 서울-수원, 부산-울산, 부산-마산 간에 급행전철을 놓는 것이 훨씬 더 급하고 유용하다. 서울-부산, 서울-광주 간에는 복복선 철도를 놓아서 지금보다 기차가 좀더 자주만 다니게 해주면 된다. 그것은 고속철도에 비하면 돈도 얼마 들지 않고도 교통문제를 훨씬 더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대기오염을 개선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3. 인천국제공항
인천 국제공항은 동아시아의 중심공항으로 연간 1억 명을 수송할 수 있는 공항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 규모는 현재 세계 최대 공항인 시카고의 O'Hare 공항보다 두 배나 크다. 원래 계획을 하면서 정부에서 홍보하기로는 인천에서 미국이나 유럽을 2-3 시간에 나를 수 있는 극초음속 초점보기를 위한 공항이라고 국민에게 홍보를 했으나 실제는 그런 공항이 아니다. 지금 항공 교통의 추세는 대륙의 중심공항에서 갈아타는 것이 아니라 출발지와 목적지 공항간을 직접 연결하는 것이다. 인천 국제공항은 대륙의 중심공항이기 이전에 먼저 우리나라의 중심공항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영종도는 우리나라의 중심공항이 되기에 부적합한 지역이다. 아무것도 없는 국토의 서북쪽 끝에다가 세계에서 제일 큰 공항을 만들어서 도로며 철도며 전기며 물이며 모든 부대시설들을 완전히 새로 건설해서 공급하고 그 많은 승객들을 오가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원과 에너지의 낭비가 따른다. 이것이 바로 우리 국토를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원은 이 인천국제공항이 2032년까지도 적자를 면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21).
국제공항은 첨단산업의 발달에 필수 조건이다. 따라서 공항을 제대로 이용할 수가 없는 대전, 청주, 광주, 대구 같은 곳에는 정부가 계획한대로 첨단산업을 발달시키지를 못하고 있고, 인천 공항 인근에 이들의 입지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토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지를 못하고 수도권 집중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김포공항을 확장하고, 이미 국제공항으로 착공했다가 축소한 청주공항을 다시 확장하여 두 공항을 보완적으로 사용하면 훨씬 경제적이고 환경피해도 적다. 충청권으로 행정수도가 이전되면 어차피 그 지역에도 공항이 필요하기 때문에 청주공항을 쓸 수 있도록 하면 경제적이다. 아니면 지금 공군 비행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오산이나 수원의 공군기지를 국제공항으로 활용하든지, 아니면 오산이나 수원의 공군기지 인근에 공항을 만들었다가 통일 후에 공군기지를 흡수하는 방안 등을 고려했더라도 기존의 시설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건설비도 영종도공항의 1/5 내지 1/10 미만으로도 충분하고 환경피해도 훨씬 적다.
4. 고속도로 건설사업
정부는 또 자동차로 전 국토를 반나절에 갈 수 있도록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그래서 국토를 남북으로 달리는 고속도로를 7개, 동서로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9개, 소위 ‘7x9’ 고속도로망을 건설하고 있다. 그리고 각 도시에서 이들 고속도로로 연결하는 도로가 곳곳에 뚫리고 있다. 이렇게 도로가 많이 건설되는 탓에 우리나라의 자동차 대당 주행거리가 선진국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이런 교통정책이 결국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고 환경오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정부의 교통정책은 자체적으로 모순에 빠져 있다. 공항은 마치 국민들이 모두 비행기를 탈 듯이 계획하고 있고, 철도는 철도대로 또 국민들이 모두 철도를 탈 듯이 기대하고 있고, 고속도로를 계획할 때에는 또 모두가 자동차를 탈 것으로 보고 계획을 한다. 교통은 많이 다니지 않고도 해결되도록 국토를 계획해야 교통이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통계획은 쓸데없이 많이 다니도록 유도하고 있어서 이것이 바로 국토를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도로는 아무리 많이 뚫어도 도로가 막힐 때까지 차를 몰고 가기 때문에 자동차 도로로서는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좋은 도로가 뚫리면 사람들은 그것을 믿고 더 멀리 가서 살려고 한다. 도시내 교통혼잡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도로를 더 뚫는 것이 아니고 주차장을 줄이고 주차비를 올리는 것이다. 많은 연구결과들이 이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다 22). 교통은 공급을 잘 해주는 것이 잘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 적게 다니고도 해결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통문제를 가장 잘 푸는 방법이다. 도시간은 철도, 도시 내에서는 도보, 자전거, 발자동차, 에너지 절약형 소형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확실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바로 대기오염을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고속도로로 전국을 뚫기보다는 철도망을 깔아야 한다. 백만명을 1 km 수송하는데 승용차는 30.8 TOE(석유환산톤)가 들지만 전기철도는 3.5 TOE 밖에 들지 않아 철도를 이용하면 에너지 사용량을 1/9로 줄일 수가 있다.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들의 장래 교통계획도 바로 이렇다.
5. 간척사업
시화나 새만금 같은 간척사업들은 우리나라에서 필요하다기보다는 수자원공사나 농어촌진흥공사 같은 회사가 있기 때문에 진행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 서해안에 물을 1년이고 2년이고 담아 둘 수 있는 담수호를 만든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 말이 있듯이 어지간히 깨끗해 보이는 물이라도 일단 담아 두면 쉬 썩게 마련이다. 시화호나 새만금호는 유입수를 아무리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깨끗하게 처리한다 할지라도 이들 유역의 여건상 담수호 물은 썩을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그런 물을 이용해서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쓰겠다는 것도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새만금사업 공동조사단의 보고서에 의하면, 새만금호는 그대로 막으면 시화호보다도 수질이 더 나빠지고, 1조원 가까운 예산을 써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책을 세우고도 우리나라의 어떤 담수호보다도 수질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특히 만경강 유입의 만경호 수질은 시화호의 수질과 거의 유사할 것으로 예측되어 있다 23).
갯벌을 간척하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경제적으로 손실이 된다는 주장은 벌써부터 있어 왔다. 간척해서 비료 주고 농약 뿌리고 씨 뿌리고 밭 갈고 해서 열심히 농사짓는 것보다는 갯벌을 그대로 두고 저절로 나는 것을 잡기만 하면 되는 수산업이 훨씬 더 쉽고 소득도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새만금공동조사단 보고서에 의하면, 새만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은 소득은 연간 505억원이나 이 갯벌을 농지로 조성할 때 얻을 수 있는 소득은 연간 49억원이라고 되어 있다 24). 우리나라 서해의 물고기는 90 % 이상이 갯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25). 그리고 밀물 때 잠기고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을 없애고서는 아무리 많은 하수처리장을 지어 봤자 헛일이라는 것도 잘 알려지고 있다. 새만금 갯벌 2만 ha가 하루에 10만톤을 처리하는 하수처리장 40개의 기능을 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26). 간척을 하고 난 뒤에 바닷물 흐름의 변화로 인하여 일어나는 해안선의 변화도 큰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해수욕장들이 지금 모래가 사라지고 있고 특히 서해안 지역에서는 뻘까지 퇴적하여 해수욕장으로서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그밖에도 해일을 막아 준다든지, 해안의 침식을 방지한다든지, 기타 심미적, 생태학적인 여러 기능들을 생각할 때에 간척은 함부로 할 일이 아니다.
간척은 우리 국토를 규모 있고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간척공사 그 자체로 생존하는 회사들의 이익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믿고 있다. 새만금 사업은 식량안보를 위한다며 근 20년에 걸쳐 6조원의 예산을 들여 28,000 ha의 농지(순수 논 18,000 ha)를 조성한다는 사업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매년 30,000 ha 의 농지를 다른 용도로 전용하고 있다. 그리고 새만금 사업 강행을 발표하고는 이후에 곧 쌀이 남아돈다고 발표하였고 이어 과잉생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3만 ha의 농지를 유휴농지로 돌리겠다고 발표하였다. 지금 논이 평당 3-4 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새만금 농지는 평당 조성비가 7만원에 이르러 그 경제성은 계산해보나 마나이다. 그리고 이를 추진하기를 원하는 전라북도의 도민들은 정부가 거듭거듭 농지로 조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해도 이를 믿지 않고 복합산업단지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이 간척지를 복합산업단지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총공사비가 27조원에 이른다. 이 산업단지의 평당 조성비는 96만원에 이른다. 이래서는 산업단지로서도 타당성이 없다. 지금 그 보다 훨씬 싼 단가로 산업단지로 조성해 둔 곳도 입주업체가 없어서 쉬는 공단이 많이 있다. 갯벌은 그냥 가만히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
6. 다목적댐 건설사업
1996년에 건교부에서 만든 수자원 장기 종합계획(1997-2011)에 의하면 당시 10개의 다목적댐에서 우리나라 전체 물 사용량인 연간 300억 톤의 약 31%에 해당하는 93억 톤의 물을 공급하고 있는데, 앞으로 2011년까지는 20개의 다목적댐을 더 건설하여 65억 톤의 물을 더 공급하겠다고 하였다. 이 계획의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물수요량이 현재 연간 300억 톤에서 2011년에 367억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하천으로부터 공급할 수 있는 양이 200억 톤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늘어난 수요를 채우기 위하여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27). 이것이 2001년에 세워진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의하면, 물 수요가 2011년에 374억 톤, 2020년에는 381억 톤으로 되어 있어서 지난번 계획과 거의 유사하다 28).
이는 2011년까지 국민 한 사람이 생활용수로 하루에 500 리터, 공업용수로 260 리터를 사용하여 총 760 리터를 쓸 것이라는 계산 하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세계에 이렇게 물을 많이 쓰는 나라는 없다. 미국이 하루에 625리터를 쓸 뿐 독일은 공업용수까지 보태서 200리터, 이스라엘은 여기에다 농업용수까지 합하여 170 리터를 쓸 뿐이다.
건교부는 재작년에 홍수 피해가 나자 곧 댐을 여러 개 더 지어 홍수를 막겠다고 발표를 했는데, 댐이 부족해서 홍수피해가 난 곳은 한 곳도 없다. 둑을 보수를 안 해서 터졌다든가, 펌프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든가, 산을 함부로 훼손하여 산사태가 났다든가, 하천을 침범하여 물이 제대로 못 흐르도록 만들었다든가 다 이런 이유에서였다. 지난 몇 십년간 정부에서는 홍수대책을 위해서 댐을 만든다고 수십조 원을 썼으나 홍수피해는 더 커졌다. 그 동안 홍수를 부추기는 공사를 더 열심히 추진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비가 집중되기 때문에 대형 댐을 만드는 등의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계속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보다 위도가 아래인 나라들은 여름, 혹은 우기에 비가 우리보다 더 많이 온다. 그들이 모두가 다 큰 댐을 가지고 홍수와 가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도 여름에는 우리보다 더 큰비가 온다 그러나 우리처럼 큰 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 소규모들이다.
큰 댐은 작은 홍수나 작은 가뭄은 잘 관리한다. 그러나 잘못되면 큰 재난의 원인이 된다. 유사시에 이런 큰 댐들이 붕괴되거나 폭파되는 때에는 큰 재난을 불러온다. 큰 댐을 짓는데 돈을 쓰기보다는 물을 절약하는 데에 투자를 하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리고 큰 댐들은 수질관리가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큰 댐을 만들어 부영양화가 일어나지 않는 호수가 없다. 그리고 생태계와 기후의 교란이며 이런 등의 이유로 대형댐은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이 아니다. 물의 수요를 줄이고 유역의 물순환을 잘 관리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방법이다. 동강댐을 지어서 얻겠다는 물은 우리나라 1,000만 가정에 절수용변기 한 대씩만 설치하면 그 물을 얻을 수가 있다. 동강댐을 짓는데 드는 예산이 1조원이라고 했는데(정부에서 1조원이라고 하면 적어도 3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것이 우리나라의 관례다), 절수용변기 1,000만 대를 다는 것은 1,000억이면 충분하다. 댐을 짓는 것은 아주 쉽다. 국민들은 모두 가만히 있고 수자원공사 혼자서만 열심히 일하면 된다. 그래서 외자를 빌려서 댐을 짓고 물 값을 받아서 운영하면 된다. 그러나 상수관 물이 안 새도록 막고, 우수 유수지에 받아놓은 빗물을 이용하도록 하고, 중수도 시스템 만들고, 기업들은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하고, 절수용품 보급하고, 이런 일을 하자면 지방 공무원들, 지역 주민들, 지역의 중소기업들이 모두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적은 돈으로도 경제를 튼튼히 하고 환경을 깨끗이 하고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세계경제포럼에서 2002년에 세계 각국의 환경지속성지수를 발표를 했는데 우리나라는 142개국 중 136위를 했다. 그 이유는 인구 일인당, 국토 단위면적당 에너지와 자원 소모와 환경오염배출이 세계에서 가장 많았는데 반하여 환경개선의지는 가장 약했기 때문이다.
IV. 동북아 지역의 환경문제 진단
21세기에 우리나라가 겪게 될 환경문제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환경문제가 바로 우리나라의 환경문제로 직결된다. 동북아시아 지역은 현재 세계에서도 가장 경제밀도가 높은 곳 중의 하나이다. 이 지역에서는 대기오염물질의 월경이동, 해수의 오염, 기업의 이전과 이에 따르는 환경오염문제, 기타 이 지역의 활발한 경제성장과 관련된 각종 환경문제들이 지금 산적해 있다. 이 지역은 다음 세기에 이르러서 계속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이 되기 때문에 환경문제도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 지역에서는 서풍이 주풍이어서 중국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이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쉽게 이동된다. 예를 들면 황하 상류의 알라샨(Alashan) 사막이나 고비 사막 혹은 타클라마칸(Taklamakan) 사막에서 발원한 황사가 단지 3, 4일이면 우리나라와 일본에 도달한다 29). 최근에 이르러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어서 다음 세기이면 중국은 충분히 세계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엄청난 양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2,000 만 톤 정도의 아황산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0). 이 양은 우리나라 SO2 배출량의 약 15 배에 해당한다. 과거 우리나라가 그랬듯이 중국도 경제성장율과 비슷한 속도나 혹은 그것을 앞질러 오염배출량이 늘어난다면 이는 21세기에 이르러 동북아시아 지역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자국에서 생산하는 석탄에 의존하고 있는데 중국의 석탄은 열량은 낮고 각종 중금속을 비롯한 오염물질의 함량이 높아 선진국에서는 그대로는 쓸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1).
이 지역에 부는 바람의 특성을 분석해 볼 것 같으면 중국의 대기오염은 모든 계절을 통 털어서 주로 우리나라로 불어오게 되어 있다 32). 중국에서 발생한 아황산가스가 산성비나 혹은 먼지에 흡수되어 우리나라에 강하하는 양은 전체 발생량의 1-2% 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서 33)이는 우리나라의 대기오염과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해는 남북의 길이가 약 1,000 ㎞, 동서의 폭이 최대 700 ㎞, 면적이 약 400 ㎢, 평균수심이 약 44 m, 체적이 17.6 ㎦ 이다. 이 바다는 반폐쇄 해역으로서 표면수와 심층수가 해류에 의하여 활발하게 섞인다. 이와 같이 황해는 수심이 얕고 용적이 작은데다가 비교적 정체된 반폐쇄 해역이기 때문에 오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이 적다. 그런데 황해 연안 일대는 지금 우리나라와 중국이 앞 다투어 다음 세기를 대비하여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해양오염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황해에 오염을 배출하고 있는 주요 오염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수도권의 오염을 실어 나르는 한강을 꼽을 수 있고 중국에서는 엄청난 양의 토사와 다른 오염물질들을 실어 나르는 황하와 양자강과 그리고 연안에는 텐진(天津), 다렌(大蓮), 칭다오(靑島), 샹하이(上海) 등의 도시들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한강, 금강, 영산강을 통해 황해에 배출하는 BOD의 부하가 1년에 약 50만톤이다 34). 지금 중국에서는 재래식 변소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수세식 변소가 보급되고 하수도가 설치되면 분뇨와 각종 오수가 황해로 흘러들 것이다. 그 때 1인당 배출량이 우리나라에 접근해서 우리보다 약 30배 많은 인구로부터 약 30배 많은 오염물질을 황해에다 배출하게 된다고 가정하면 황해에 유입되는 BOD의 총량은 1년에 약 1500만 톤에 이른다. 이는 황해 물 1㎥ 에 매년 850g의 BOD를 부하시키는 셈이 된다. 물 1㎥ 에 매년 50g의 BOD를 부하시킨 시화호의 물이 어떻게 오염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 황하를 통하여 황해로 흘러드는 토사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황하 하구에는 이들 토사로 인하여 매년 거의 1 km 씩 바다가 메워지고 땅이 생겨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상과 같은 예측들은 환경정책상에 뚜렷한 어떤 방향과 목표가 있지 않으면 새 천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아니라 21세기에 당장 우리나라의 환경은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다음에 계속 됩니다)
출처 - 창조과학학술대회 논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