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진화”의 관점에서 본 유신진화론

“화학적 진화”의 관점에서 본 유신진화론

김성현 


   유신진화론은 한 마디로 하나님께서 진화의 방식으로 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무신론자가 아니고,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이다. 이들은 하나님이 창조주이심을 믿으며 예수를 주로 고백하지만, 진화를 하나님의 창조 도구라고 이해한다. 이러한 견해는 갑자기 출현한 것이 아니다. 다윈이 1859년『종의 기원』을 출간하기 전까지만 해도 많은 과학자들은 창세기 1장에 나와 있는 대로 하나님이 6일 동안 말씀으로 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특별 창조(special creation)를 믿었다. 그러나『종의 기원』 이후로 우주 및 생명의 기원에 관한 이론으로써 진화론이 등장하여 현재는 과학계뿐 아니라, 심지어 신학계까지 지배하는 주요 세계관이 되었다.


진화론은 어떤 지적인 존재도 배제한 채, 생명의 기원은 물론 우주의 기원까지 자연적인 과정으로 설명하려 한다. 따라서 진화론은 철저히 무신론적이며 자연주의적이다. 과학이 매우 발달한 현대에 이르러 이러한 진화론은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이제는 하나의 패러다임 내지는 세계관이 되어 버려, 진화론자들은 이에 반하는 어떠한 증거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며, 그러한 증거들이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하고 있다. 유신진화론은 이러한 배경에서 태어난, 창조론과 진화론을 조화시키려는 시도이다. 즉, 성경의 창조론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진화론의 주장을 받아들여 양쪽 다 수용하여 조화시키려는 매개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론이다. 언뜻 보기엔 그럴싸하고 매우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창조론자들이나 진화론자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이론이다. 우선 진화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유신진화론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진화론은 본질상 무신론적이며 물질적, 자연주의적이므로 초자연적이거나 지적인 존재를 가정할 아무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한편 창조론자의 입장에서도 이 이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에 관해선 <창조> 지 181호에서 두 편의 글이 자세히 다루고 있다. 간단히 말해 창조의 순서, 성경해석의 문제, 신관에 있어 유신진화론은 커다란 신학적인 문제들을 야기한다.


이 글에서는 성경적, 신학적인 관점이 아닌, 과학적인 관점에서 유신진화론이 주장하는 바를 살펴보고, 특별히 생명의 기원에 관한 유력한 설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화학적 진화”의 관점에서 이 이론을 구체적으로 평가해 보고자 한다. 사실상 유신진화론자들이 주장하는 바는 진화론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하등 다를 바 없다. 진화론의 허구성에 관해선 한국창조과학회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관련 단체에서 수많은 저작물과 세미나, 토론회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다루어 왔다. 다만 유신진화론자들은 진화론자들의 주장에 ‘하나님’을 포함해 진화가 하나님의 창조 도구라고 주장할 뿐이다.


1. 유신진화론의 주장들

1) 하나님의 창조 작업이 자연법칙 하에서 이루어졌다.

현재 발견한 과학법칙이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을 때도 같이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즉, 하나님은 동일한 자연법칙을 사용하셨기 때문에 현재의 법칙을 잘 이해하여 과거로 외삽(extrapolation)하면 창조의 순간과 그 이후의 과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예를 들면, 허블이 관측한 별빛의 적색편이 현상으로부터 우주는 현재 팽창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시간을 과거로 돌리면 우주의 모든 물질이 한 점으로 수렴하는 순간이 있었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물질이 과거 어느 순간에 대폭발, 즉 빅뱅이 일어나 지금의 우주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이에 관한 근거로서 우주의 배경복사가 존재해야 함을 예측할 수 있으며, 이 예측은 펜지아스(A. Penzias)와 윌슨(R. Wilson)이 관측한 우주배경복사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빅뱅에 대한 강력한 증거로 든다. 그들은 더 나아가 빅뱅으로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소립자들이 합성되었고, 이들이 결합하여 양성자, 중성자, 전자와 같은 입자가 합성되었으며, 이 입자들이 융합하여 수소를 비롯한 헬륨과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졌고,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의 우주가 형성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론은 와인버그(S. Weinberg)의 책 『최초의 3분(The First Three Minutes)』으로 인해 대중화되었다.


2) 화학적 진화는 생명탄생에 대한 믿을만한 이론이다.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 년이며, 약 35억 년 전에 생명의 시초인 세포가 탄생했으며, 자연선택과 돌연변이와 같은 메커니즘을 거쳐 현재의 복잡한 생명체가 생겨났다는 진화론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더 나아가 화학진화의 방법으로 약 40억 년 전에 무기물로부터 간단한 유기물이 합성되었고, 이 유기물이 중합반응을 하여 복잡한 유기물이 되고, 이들이 결합하여 막을 형성하고 물질 교환을 하는 원시 형태의 세포가 탄생하여, 결국 생명의 기원이 되는 세포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3) 진화 메커니즘은 신뢰할만하다.

유신진화론자들은 생명진화에 대한 다양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한다. 화석 기록과 지층 내의 화석의 복잡성이 증가하는 방향 등이 생명진화를 증거한다고 주장한다. 자연선택과 돌연변이가 진화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며, 중간종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선 중간종은 존재하며, 심지어 모든 종이 중간종이라고까지 주장한다. 다른 종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상동성을 공통 설계의 관점에서 보며, 공통 조상이 있었다는 증거로 본다. 또한, 소위 정크 DNA나 인간에게 있는 꼬리뼈 등을 필요 없는 것으로 간주하며, 자연선택이 완전하게 작용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본다.


2. 창조론적 입장

1) 하나님은 자연법칙을 만드셨고, 모든 법칙을 초월하신다.

우주의 기원에 관해서 창조론자들은 하나님께서 태초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셨다고 믿는다. 하나님께서는 창조하실 때 자연에 법칙을 심어 놓으시고, 그 법칙에 따라 우주를 운행하시지만, 법칙을 초월하신다고 생각한다. 창조론자들은 과학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은 한계가 있으며, 그 적용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고 믿는다. 현대 과학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분명히 오류가 있고 언젠가 드러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창조론자들은 관측 결과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며, 다만 데이터를 해석하는 데 있어 진화론적 해석은 과학을 잘못 적용한 예라고 생각한다. 특히 과학이 기원의 문제에 대한 해답은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2) 화학적 진화는 생명탄생에 대한 매우 부적절한 이론이다.

이미 파스퇴르(L. Pasteur)에 의해서 생명은 생명에서만 유래한다는 생명속생설(biogenesis)이 확립되었음에도, 유신진화론자들은 화학적 진화(자연발생설)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다양한 생명 현상이 지적인 설계자의 존재를 강하게 가리키고 있음에도, 그들은 생명체가 무생명체로부터 생겨날 수 있다는 자연주의적인 관점을 취한다. 그들은 이러한 관점을 기원에까지 확장하여 설명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창조론에서는 생명의 기원을 설명함에서 과학의 한계를 인정한다. 비록 현대과학이 이룬 놀라운 성취와 합리적인 과학 방법론을 인정하지만, 분명히 과학은 한계가 있으며, 특히 기원 문제는 과학이 답을 줄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다고 생각한다. 아래 내용에서는 화학적 진화의 과정을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화학적 진화가 생명의 기원이 될 수 없음을 구체적으로 밝히고자 한다.


3) 진화 메커니즘은 과학적으로 신뢰할만하지 않다.

창조론자들은 다음과 같은 진화론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첫째, 진화론은 관찰과 실험의 영역을 완전히 벗어난 이론이다. 그런데도 진화론자들은 진화론을 생명의 기원 및 다양성에 대한 유일한 과학적인 이론으로 여긴다. 예를 들어 생명의 기원에 대한 화학적 진화의 증거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화론자들은 이 이론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이와 반대되는 결과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진화론자들은 또한 모든 생명체는 연속적이어서 공통조상을 가진다고 가정하며 계통수를 그리지만, 창조론자들은 모든 종은 근본적으로 불연속적이며 한 종이 다른 종으로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사실 지금까지의 수많은 실험적 증거가 진화 메커니즘을 부정하고 있다. 진화론은 증거가 보여주는 범위를 훨씬 넘어 추정함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려 한다. 예를 들어 환경에 따라 핀치새의 부리의 모양이 달라지거나, 쥐의 털 색깔이 바뀐다거나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는 현상들을 진화의 증거로 든다. 그러나 이는 아주 극단적인 데이터의 외삽이며, 결코 종간의 변이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없다. 또한, 진화론의 주장은 순환논법에 의존하고 있다. 즉, 진화가 사실임을 주장하기 위해 데이터를 진화론이라는 패러다임을 사용하여 해석한다. 예를 들어 다른 종들에게서 비슷한 특질을 찾았을 때, 왜 종이 다른데 특질이 비슷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들은 그 종들이 공통조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며, 공통조상의 증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종들 간에 비슷한 특질이 발견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진화론의 거의 모든 주장이 이런 순환논법에 의거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논리적 모순이다.



3. 생명의 기원에 관한 이론 및 화학적 진화론

이제 논의의 폭을 좁혀 생명의 기원 및 화학적 진화를 살펴보자. 유신진화론자들은 당연히 화학적 진화를 생명의 출발선으로 삼는다. 생명의 기원에 관해선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이론이 있다.


1) 자연발생설(Abiogenesis)과 생명속생설(Biogenesis)

생명의 기원을 논의함에 다른 천체에 존재하던 생명의 씨앗이 운석에 실려 지구에 도래하여 생명이 시작되었다는 천체비래설(Cosmozoa theory)이나, 비슷한 이론으로서 온 우주에 생명이 존재하는데 역시 운석이나 소행성, 혜성에 묻어 지구에 유입되어 지구 상에 생명이 시작되었다는 포자범재설(Panspermia)은 논외로 한다. 이 이론들은 그 내용이 아무리 정교하다 할지라도 지구 외의 다른 천체에서의 생명의 기원은 무엇인가라는 역시 같은 질문을 야기시키기 때문에, 절대로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이 될 수 없다.

자연발생설은 무생명체에서 생명이 자발적으로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그 기원은 기원전 4세기의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진흙, 쓰레기, 땀에서 개구리나 곤충, 진드기가 발생하는 현상을 관찰하고, 생명은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생각은 17세기 반 헬몬트(J.B. van Helmont)의 실험으로 강화되었다. 그는 밀가루와 땀에 젖은 셔츠에 기름과 우유를 적셔 항아리에 넣어 창고에 방치하면 쥐가 생겨남을 관찰하여 이 이론을 주장하였다. 명백히 잘못된 실험이었으므로 곧 부정되었으나 미생물에 관해서는 자연발생설이 여전히 설득력을 갖고 있었다. 1745년 니담(J. Needham)은 미생물은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후 자연발생설은 차례로 부정되었는데, 레디(F. Redi)는 대조실험을 통해 파리와 같은 날벌레는 자연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였고, 스팔란차니(L. Spallanzani)는 유기물을 멸균하면 미생물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음을 증명하여 자연발생설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이 실험도 반박을 받아 자연발생설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못하였다. 단지 공기가 없으면 자연발생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만 증명하였다.

자연발생설이 결정적으로 부정된 것은 유명한 파스퇴르의 백조 목 플라스크 실험을 통해서였다. 그는 유기물 즙을 플라스크에 넣고 플라스크의 목 부분을 가열하여 백조 목처럼 S자로 구부리고 유기물을 가열하여 내부의 미생물을 모두 멸균했다. 이 상태에선 공기는 플라스크 내부로 유입될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방치해도 플라스크 내에서 미생물의 증식을 관찰할 수 없었다. 구부러진 백조 목에 외부로부터 유입된 미생물이 갇혀 플라스크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목을 부러뜨리거나 곧은 목을 가진 플라스크 내부에서는 얼마 후 미생물이 관찰되었다. 파스퇴르는 그의 결론을 라틴어 'Omne vivum ex vivo” 즉, ”모든 생명체는 생명으로만 유래한다”라는 말로 정리하였다. 1864년 소르본 대학의 강연에서 '자연발생설은 이 실험으로 치명타를 맞고 결코 회복되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선언하였다. 파스퇴르에 의해 생명속생설은 결정적으로 확립되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생명속생설이 확고히 인정되었음에도, 여전히 최초의 생명에 대한 자연발생적인 원인을 찾는 시도는 계속되었다. 그러나 생명속생설은 모든 생명체에 적용되는 것이고 최초의 생명체라고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왜 첫 생명체의 출현에 대한 자연발생적인 원인, 즉 화학적 진화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는가? 이는 다윈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종의 기원』에서 몇 가지 가정으로부터 생명의 다양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종은 불변이 아니고, 변이를 수반한 유전으로 새로운 종이 나타날 수 있고, 모든 생명체는 공통 조상으로부터 다양한 생명체로 진화하였으며, 무목적적이며 자연적인 과정인 자연선택이 진화의 원동력이다.”라고 주장하였다. 그렇다면 최초의 생명체는 어떻게 하여 생겨났느냐는 논리적인 질문이 따르게 된다. 화학적 진화는 바로 무생명체와 생명체를 연결해 주는 연결고리인 셈이며, 다윈에 의해 제시된 생명진화로 자연스럽게 이동시켜 주는 필연적인 논리적 단계이다. 무생명체가 생명체로 변환되는 어떠한 증거나 실험적 관측 자료가 있어서 주장된 이론이 결코 아니다. 무신론적이며 물질주의적인 진화론 패러다임을 채택하면 당연히 그러한 단계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2) 다윈의 경우

그렇다면 이제 논의의 방향은 명확해진다. 진화론자뿐 아니라 유신진화론자들이 믿고 있는 화학적 진화설이 과연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판단하면 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생명진화에 대한 자연선택 메커니즘을 제시한 다윈 자신은 정작 생명의 기원에 대해선 거의 침묵했었다는 사실이다. 『종의 기원』 어느 곳에서도 생명의 기원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그가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다. 1871년 2월 1일자 후커(J.D. Hooker)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윈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1] 이 내용은 생명의 기원을 말할 때 거의 항상 언급된다. 그 일부를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생명체를 최초로 만들기 위한 모든 조건이 지금 존재하고 있고 과거에도 계속 존재해왔을 수 있다고 흔히들 말합니다. 그러나 만일(오! 얼마나 큰 가정입니까) 우리가 온갖 종류의 암모니아나 인산염, 빛, 열, 전기가 존재하는 따뜻한 작은 연못을 상상한다면, (그곳에선) 단백질이 화학적으로 형성되고 훨씬 더 복잡한 변화가 쉽게 일어날 것입니다. 현재에는 그러한 물질은 즉시로 삼켜져 버리거나 흡수되어 버리겠지만, 생명체가 형성되기 전에는 그러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 편지에서 다윈은 로우니(Lowne)의 실험(물을 끓여도 어떤 곰팡이는 죽지 않았다는 실험)을 언급하면서, 만일 그렇다면 파스퇴르의 실험(생물속생설)은 어떻게 되느냐며 반문하였다. 이는 이미 파스퇴르가 생명의 자연발생설을 부정하는 결정적인 실험을 하여(1864) 생명은 생명으로부터만 유래한다는 이론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다윈은 파스퇴르의 생물속생설을 받아들이면서도 최초의 생명체 기원에 관해서만은 자연적인 과정을 따라 발생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는 위의 조건이 만족하는 ‘따뜻한 작은 연못’이 바로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한 장소였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3) 오파린과 홀데인의 가설

본격적으로 화학진화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오파린(A. I. Oparin)과 홀데인(J. B. S. Haldane)이 독립적으로 소위 ‘오파린-홀데인 가설’이라고 하는 생명의 기원에 대한 메커니즘을 제시한 이후부터 이다. 그들은 원시지구의 대기는 환원성이며, 만일 번개나 자외선 같은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된다면 다양한 유기물이 합성될 것으로 추측하였다. 오파린은 유기물은 여러 단계의 반응을 거쳐 더욱 복잡한 분자가 되고, 이러한 분자들이 모여 ‘코아세르베이트’라는 콜로이드가 형성된다고 제안하였다. 코아세르베이트는 주위로부터 유기물을 흡수할 수 있고, 동화작용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초의 생명체인 세포가 생겨났으리라는 메커니즘을 제시하였다. 홀데인의 생각도 비슷하였다. 그는 원시 바다가 빛을 받아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제안하였다. 원시대기에는 산소가 없었고 이산화탄소, 암모니아가 자외선을 받아 여러 종류의 유기물이 생성되었으리라고 추측하였다. 이러한 바다를 ‘뜨거운 묽은 수프’라고 불렀으며, 매우 많은 종류의 단순한 유기물과 중합체를 포함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유기물, 중합체가 막 구조를 형성하면서 결국 최초의 세포로 발달하였을 것이라고 하였다. 홀데인은 처음으로 ‘원시 수프(prebiotic soup)’란 용어를 만들었다.

오파린-홀데인 가설은 시카고대학의 대학원생이었던 밀러(S.L. Miller)에 의해 그 가능성이 입증되어 생명의 기원에 대한 유력한 이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밀러의 실험(또는 밀러-유리 실험)[2]은 생명 탄생의 첫 단계를 입증한 실험으로 간주되어, 현재 모든 고등학교 교과서 및 대학 생물교재에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그렇다면 밀러의 실험이 많은 사람이 생각하듯이 생명 탄생에 대한 첫 단계를 증명한 것일까? 과연 이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가 얼마나 확고하게 존재하는가? 생명의 탄생은 오랜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이므로 현재로서는 그 당시 원시지구의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여러 지질학적,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자료로부터 당시의 환경을 추론해 볼 수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밀러 실험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만일 밀러의 실험조건이 지구과학을 비롯한 다른 학문으로부터 얻어진 결과와 일치하고, 밀러의 실험결과가 현재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성분과 같은 물질을 합성했다면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으로서 마땅히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실험조건이나 결과가 현재 학계에서 인정하는 내용과 심각하게 다르거나 상충된다면, 밀러 실험은 생명의 기원을 증거하는 실험으로서 커다란 결격사유를 갖게 되므로 진화론자는 물론 유신진화론자의 주장은 근거가 없게 된다. 이제 여러 관점을 통해 화학진화설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4. 화학적 진화의 문제점

1) 원시대기는 환원성이 아니었다.

밀러가 유기물을 합성하기 위해 실험한 전제조건은 오파린에 의해 제안되고 유리가 재강조한 환원성 대기였다. 유리는 원시지구의 대기조성이 성간가스의 조성과 같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밀러는 유기물의 선생체적(pre-biotic) 합성을 증명하기 위해 메탄, 암모니아, 수소와 같은 매우 강한 환원성 기체 혼합물과 수증기를 포함한 혼합기체에 전기방전을 가하여 실험하여 아미노산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유기물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홀랜드(와 아벨슨(P.H. Abelson)과 같은 지구과학자들은 지구의 원시대기는 성 간의 가스로부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지구의 화산에서 분출된 기체로부터 이루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화산 분출물은 주로 수증기, 이산화탄소, 질소 그리고 극미량의 수소로 되어 있는데, 과거의 화산이 현대의 화산과 달라야 할 아무런 이유도 그들은 발견하지 못하였다.

수증기가 원시대기의 성분이라면 아마도 약간의 산소도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은 대기권 상층부에서 수증기를 수소와 산소로 광분해 할 수 있으며, 수소는 우주로 달아나고 산소는 대기권에 남아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대기에 존재하는 높은 산소의 비율은 물론 광합성에 의한 것이지만, 광합성이 나타나기 전에라도 자외선에 의한 물의 광분해로 산소가 소량이라도 생성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버크너(L.V. Berkner)와 마샬(L.C. Marshall)이 그 양을 계산했는데, 현재 대기 중의 양의 약 1,000분의 1 또는 그보다 훨씬 낮았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2) 비환원성 조건이나 산소가 존재하는 조건에서는 아미노산이 합성될 수 없다.

밀러의 실험조건이 당시의 지질학적 환경과 유사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비환원성 조건이나 산소가 존재하는 조건에서도 아미노산이 합성될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즉, 메탄이나 암모니아 대신 이산화탄소, 질소, 수증기의 혼합 가스에 외부에서 에너지를 가하여 유기물을 합성하려는 시도가 행해졌다. 1977년에 폭스(S.W. Fox)와 도스(K. Dose)는 그러한 혼합물에 전기방전을 하여도 어떠한 아미노산도 생성되지 않았다고 하였다.[2] 1983년에 밀러는 다양한 기체 조성으로부터 아미노산을 합성하려고 시도하였다. 메탄 대신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를 반응물로 이용하면 수소가 존재하는 경우, 전기방전으로 가장 단순한 아미노산인 글리신을 합성했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글리신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아미노산임을 밝히면서, 다양한 아미노산을 생성하려면 메탄이 있어야 함을 인정하였다. 이밖에도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3) 원시지구의 대기가 환원성이라는 것은 화학적 진화를 주장하기 위해 설정한 가정일 뿐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원시대기의 조성이 환원성이라는 가정은 현재로선 그 근거가 매우 희박하며, 오히려 상당량의 산소가 존재했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밀러 자신이 말하기를, ”생물학적으로 관심이 있는 화합물질들의 합성은 환원성 조건에서만 가능하므로 지구의 대기가 환원성이었던 때가 있었을 것으로 믿으며, 약간의 지질학적 및 지구물리학적 증거들이 실제로 그러했을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다”고 하였다. 이 문제를 면밀히 조사한 클레미(Clemmey)는 환원성 원시대기는 도그마라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과거 50년 이상 동안 상상과 실험이 초기 지구는 비산소성이며 환원성일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 기름을 부었고, 이러한 생각은 생명의 기원에 대한 논의와 결탁하였다. 지질학적 증거는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하도록 예정되었고, 우아한 모델이 생겨났다. 이러한 모델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져서 그러한 생각을 도그마의 수준으로 끌어 올렸으며, 지구과학에 관한 사고에 깊이 스며들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분야에서의 최근의 연구들과 생명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이 비산소성 모델에 심각한 의문을 던져주고 있고, 아마도 그러한 모델의 필요성을 없앨 것이다.”


4) 아미노산이 자발적으로 결합하여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록 환원성 대기를 가정하고, 여기에 번개와 같은 에너지가 가해져 아미노산이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이들이 자발적으로 결합하여 생물학적 기능성을 갖는 단백질로 합성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미노산은 정확한 순서로 결합하여야 하고, 이렇게 합성된 단백질들은 세포 내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놓여 있어야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아미노산의 합성보다 훨씬 일어나기 어렵다. 확률적으로도 열역학적으로도 이러한 과정은 거의 불가능하다.


5) 유기물 합성이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기방전을 비롯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단순한 무기물로부터 유기물을 합성하려는 시도에서 다양한 아미노산과 기타 유기물이 합성되었지만, 몇 가지 물질을 제외하고는 극히 소량이다. 일정 농도 이상이 되어야 다음 단계의 반응이 가능한데, 극히 낮은 농도이기 때문에 농축과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 원시지구 환경에서 매우 강한 자외선은 합성된 대부분의 분자를 파괴했을 것이다. 또한, 분자 자체가 열에 취약하거나 일정한 반감기가 있어, 이들이 오랫동안 존재하면서 다음 단계의 반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예를 들어 100℃에서 핵산의 일종인 아데닌과 구아닌의 반감기는 1년 정도이고, 우라실은 12년, 시토신은 겨우 19일에 불과하다. 설혹 이 염기들이 합성된다 하여도 이러한 짧은 반감기로는 뉴클로오시드나 뉴클레오티드가 합성될 수는 없다.


6) ‌화학적 합성으로는 손대칭성(chirality)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생체 내에 쓰이는 분자들은 대부분 특정한 분자대칭성(손대칭성)을 가지고 있다. 즉,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도 광학 활성이 다른 두 가지 입체구조가 존재한다.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은 모두 좌선성(L-형)이며, DNA, RNA를 구성하는데 사용되는 리보스, 데옥시리보스는 모두 우선성(D-형)을 지니고 있다.

이들 분자는 물리, 화학적 성질이 모두 동일하며, 오직 광학적 성질만 다르므로, 화학반응으로 합성하면 좌선성과 우선성의 분자가 정확히 50%씩 섞인 혼합물(라세미 혼합물)이 생성된다. 원시대기 성분으로부터 이들 유기화합물이 선생체적으로 합성되는 경우, 역시 D-형과 L-형이 반반씩 섞여 있는 라세미 혼합물이었을  것이다. 만일 라세미 혼합물에서 단백질이나 DNA, RNA가 합성된다면, 두 손대칭성을 가진 분자들이 모두 이용될 것이다. 그러나 존재하는 모든 생체 고분자들은 한 가지 손대칭성만을 가진 단량체로 이루어져 있다. 즉, 100% 광학적으로 순수하다. 단백질의 원료인 아미노산은 대부분 좌선성(L-아미노산)인 반면, 핵산의 구성성분인 오탄당은 모두 우선성(D-리보스)이다. 손대칭성을 지녔다는 사실은 생명체의 중요한 특성이며, 따라서 손대칭성의 기원은 생명의 기원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다. 손대칭성을 처음으로 발견했던 파스퇴르는 라세미 혼합물 중에서 생명물질과 반대되는 물질(D-아미노산, L-오탄당)을 죽은 물질이라고 표현하였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기능이 없거나 독작용을 나타낸다.

손대칭성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들이 제시되어 왔다. 한 유력한 이론은 외부에서 어떤 물리적 힘이 라세미 혼합물에 작용하여 하나의 손대칭성을 가진 분자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선성, 좌선성이란 것이 원편광된 빛을 어느 방향으로 회전시키느냐에 따른 것이므로, 외부의 물리적 힘으로서 원편광이 된 빛이 유력한 동인으로 주목받았다. 두 광학이성질체는 원편광이 된 빛을 흡수하는 정도가 다르므로, 라세미 혼합물에 이 편광 빛을 조사하면 한쪽의 광학이성질체를 분해하여 광학적 순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1974년에 카간(H.B. Kagan) 등에 의해서 행해진 실험에서 편광 빛은 하나의 광학이성질체를 다른 이성질체에 비해 좀 더 효율적으로 파괴하였다. 그리하여 20% 정도 광학적으로 순수한 장뇌(camphor)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99%의 초기물질이 파괴되었고, 생명현상에 필요한 100%의 순도는 얻어지지 않았다. 35.5%의 광학적 순도에서는 초기물질의 99.99%가 파괴되었다. 따라서 원편광 빛에 의한 비대칭 광분해는 그 차이가 크지 않고, 광학적 순도도 낮아 손대칭성의 기원으로 적합하지 않다. 또 다른 문제점은 주파수(파장)에 따라 광학 이성체의 선택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특정한 영역의 파장을 가진 빛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파장의 범위가 넓으면 비대칭 광분해가 일어나지 않는다.

비교적 최근의 연구로서 베일리(J. Bailey) 등은 오리온자리 성운에서 강한 적외선 원편광을 관측하였다. 그들은 이 빛이 우주에서의 유기물의 비대칭 생성에 관여하였을 것이고, 이 광학활성 분자가 혜성, 우주먼지, 운석 등에 실려 지구로 운반되었을 것으로 추측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유기물의 비대칭 파괴에 필요한 자외선 원편광 빛을 관측하지 못하였고, 성운에서 아미노산이 합성되는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하였다.

전 서울대 교수 박인원은 손성의 기원은 여전히 미스터리라고 인정하며, 그의 책 『생명의 기원』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3]

”사실, 손성과 광학활성은 지구와 우주의 생명체(만일 우주의 다른 곳에 생명이 있다면)의 중요한 특성이 될 것이 틀림없다. 모든 생명체는 균일한 손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생명의 기원의 문제와 손성의 기원의 문제는 떼어서 다룰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하고 있다… 손성의 기원의 문제는 생명의 기원에 관한 연구에서 가장 핵심 되는 과제이지만, 오늘날의 과학이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신비스러운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7) 원시수프가 존재했었다는 지질학적인 증거가 없다.

홀데인이 주장한 바 만약 원시수프가 존재했다면 그 흔적이 남아있어야 한다. 이 지구 상 어딘가에 많은 양의 유기질소 혼합물, 아미노산, 퓨린, 피리미딘 등의 여러 화학물질을 함유하는 두꺼운 퇴적물을 발견할 수 있거나, 변성화된 퇴적물들 속에서 막대한 질소 잔류물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구 상 어디에서도 그러한 물질들을 발견할 수 없다.


8) 열역학적 관점에서 중합반응보다는 가수분해반응이 더 유리하다.

원시대기 혹은 원시 수프에서 아미노산, 핵산을 비롯한 다른 분자들이 합성되었다고 하여 생명의 기원이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 분자는 그 자체로서는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고, 중합되어 고분자가 될 때 생체 내에서 기능을 담당한다. 이들 단량체가 중합을 이루는 방식은 모두 물이 제거되는 축합중합이다. 단백질은 아미노산 사이의 축합반응이다. 뉴클레오시드는 오탄당(리보오스)과 염기의 축합반응이며, 뉴클레오티드는 뉴클레오시드와 인산의 축합반응으로 생성된다. 이 밖에도 에스테르는 카복실산과 알코올의 축합반응으로 생성된다. 따라서 축합중합 반응이 과연 원시지구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합반응의 평형 위치는 자유에너지를 계산함으로써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글리신(glycine) 두 분자가 결합하여 디글리신이 되는 가장 간단한 축합반응의 표준 깁스에너지 변화는 15 kJ이며, 이때의 평형상수는 0.003 정도이다. 따라서 평형이 생성물이 아닌 반응물 쪽으로 치우쳐 있으며, 아미노산의 개수가 증가할수록 평형상수는 급격히 감소하여 실제로 단백질의 합성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스트라이어(L. Stryer)는 생화학 교과서에서 이 점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펩타이드 형성 반응의 평형은 합성이 아니라, 가수분해 쪽으로 치우쳐 있다. 그러므로 가수분해반응은 열역학적으로 내리막길(자발적)인 반면, 펩타이드 결합의 생합성은 자유에너지의 유입을 필요로 한다.”


9) 밀러의 실험은 인위적으로 고안된 조건에서 수행된 화학합성에 불과하다.

자연계에는 정교한 실험장치가 없다. 밀러는 환원성 물질을 유기물로 합성하기 위해 정교한 실험장치를 사용했으며, 고도로 제어된 조건에서 실험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원시지구에 이와 같은 실험조건이 갖춰졌을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합성된 유기물을 분리하기 위해 냉각장치와 트랩을 달았는데,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밀러의 실험에서는 합성물을 밀폐된 용기에 수집했는데, 이러한 밀폐조건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밀폐되지 않은 용기에서는 합성물이 산화작용으로 분해된다. 또한, 번개와 전기방전 에너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밀러가 시도한 전기방전과 자연계의 번개는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르다. 15만 볼트(3,000℃)의 번개에서는 X선과 감마선 등이 발생한다. 번개에 의해서는 어떠한 유기물도 합성되지 않으며, 오히려 파괴된다. 과거에 번개에 의해 유기물이 합성된 흔적은 어느 지층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번개는 순간적이며, 불연속적이고, 일부 공간에 국한하여 발생한다. 이에 반해, 밀러가 실시한 전기방전은 6만 볼트이며, 200℃ 미만으로 이러한 온도에서는 유기물이 합성될 수 있다. 전기방전으로 자외선이 발생하지만, 생명을 파괴하는 X선이나 감마선은 발생하지 않는다. 전기방전은 실험 전 공간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나도록 한 것이었다. 따라서 번개와 전기방전은 여러 면에서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밀러의 실험은 인위적으로 고안된 실험장치를 이용하여 고도로 제어된 실험조건 하에서 수행된 화학합성일 뿐이며,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10) 생명의 자연발생 가능성은 확률론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유기물에서 원시세포로의 출현은 오파린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세포는 원시적일 수 없으며, 원시적인 세포는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모노(J. Monod)4)는 그 자신이 철저한 진화론자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간단한 단세포 생물인 세균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원시적인 세포의 구조가 어떠한 것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가장 단단한 생물인 세균까지도 그 전체적인 화학구조는 다른 생물들과 같다… 사람과 세균은 유전암호나 번역장치도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따라서 우리가 접해보는 가장 단순한 세포조차도 결코 원시적이 아니다. 정말로 원시적인 흔적마저 찾아볼 수 없다.”

생화학자 가렛(R.H. Garrett)5)은 적정한 순서를 가진 100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단백질 하나를 무작위적인 방법으로 합성하기 위해서는 전 우주의 질량보다 많은 물질이 필요함을 다음과 같은 계산으로 보여주었다. 평균 100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단백질을 무작위적인 방법으로 합성할 때, 각 위치에 20개의 아미노산이 위치할 수 있으므로 가짓수는 20^100개이다. 이는 대략 10^130 가지의 가능성을 나타낸다. 아미노산의 평균 분자량을 120으로 하면 이 단백질은 12,000 dalton의 질량을 가진다. 여기에 10^130을 곱하면 질량은 1.2 x 10^134 dalton이 된다. 한편 우주의 질량은 대략 10^80dalton이므로, 하나의 단백질을 무작위적으로 합성하기 위해서는 전 우주의 질량보다 훨씬 큰 질량을 요구한다. 따라서 자연발생적으로 단백질 하나도 합성할 수 없다.


 5. 결론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생명의 기원에 대한 화학적 진화의 설명은 매우 설득력이 떨어진다. 진화론자들은 진화가 사실이라고 믿으므로, 그 메커니즘에 맞게 상황을 가정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실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실험을 고안하고, 얻어진 결과를 진화라는 패러다임으로 해석하려 한다. 필립 존슨(Philip Johnson)[6]은 기원에 관한 창조-진화 논쟁은 본질에서 두 세계관의 싸움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데이터의 존재 유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관점으로 기존의 데이터를 해석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는 유신론적인 관점으로 데이터를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자연주의적인 관점에서 해석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매우 특이하게도 유신진화론자들은 하나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이러한 자연주의적 패러다임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내부적 모순만 야기할 뿐이다. 기원 문제에 관해서는 과학이 답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의 주류 과학 사상을 받아들여 기원을 설명하려 할 때, 훗날 과학이 더욱 발달하여 빅뱅이론, 화학적 진화론, 생명의 진화에 관한 모든 내용이 틀렸다는 것이 판명 날 경우 그들은 무슨 변명을 할 것인가? 그때 다시 새로운 이론을 채택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것인가? 듀안 기쉬(D. Gish) 박사는 그의 책 『유신진화론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진화론은 완전히 그리고 마침내 예수님을 이 땅에서 없애버렸다.[7] 진화론은 기독교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라고 밝힌다. 유신진화론자들은 그의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진화론을 신봉하면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예수님을 없애고 기독교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 일에 결국 동참하는 셈이 된다. 진화론에 하나님을 덧입힌다고 하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참고문헌
1) Darwin, F., ed (1888) The Life and Letters of Charles Darwin, London: John Murray, vol. 3, p. 18. http://www.darwinproject.ac.uk/entry-7471.
2) Miller, S. L. A production of amino acid under possible primitive Earth conditions, Science 1953, 117, 528-529.
3) 박인원, 생명의 기원, 1996, 서울대학교 출판부.
4) Monod, J. Chances and Necessesity, Collins, London, 1972, p. 134.
5) Garrett, R. H.; Grisham, C. M. Biochemistry, 4th ed. 2010.
6) Johnson, P. Reason in the Balance, IVP, 1995, pp. 12-15.
7) Gish, D. T. Letter to a Theistic Evolutionist, Icon Publishing, 2012.


출처 - 창조 184호 (2016년 신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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